매번 디핑을 쓰면서 여러 고민을 하지만 이번만큼 많이 한 적이 없습니다. 벡델초이스 특집이라고 하니 특히, 거창한(!)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골라, 의미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는 척(!!!)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사실... <최선의 삶>을 보게 된 이유는 정말 별거 없었습니다. 강이 역의 방민아 배우를 보기 위해서였죠. 오늘의 에디터가 걸스데이 팬이자, 민아 최애였거든요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TMI). 정말 별 이유 없죠? 심지어 영화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우왕 우리 언니 연기 잘한다~!🤩😆"의 마인드로 관람했습니다. 애써 포장하다간 오히려 저의 밑천만 보일 것 같아 미리 자수하는 대목입니다. 하... 고백하고 나니 좀 마음이 편하네요. 😷 이게 뭐라고 어깨가 무거워졌는지.

그치만, 님께서도 혹 이 영화에 대해 들어보셨다면? 저와 비슷한 정도의 사전 정보(와 기대)만을 가지고 계셨을 확률 많많이라 생각합니다. 걸스데이 민아가 연기자로 훌륭히 거듭난 영화. 하지만 그 외에 아쉬운 점도 많은 영화. 이게 최선인지 아니었는지.. 나도 모르게 이런 저런 잣대를 대어보게 되는 영화. <최선의 삶>에 대해서, 무거웠던 마음은 내려놓고!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어요.

지난 🍟<연애 빠진 로맨스> 편에서 벡델 테스트와 한국의 벡델 초이스에 관련해 자세하게 다루었습니다.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클릭!) 오늘 소스에서는 최신 버전의 벡델 테스트 항목에 뭐가 있는지 정도만 간단하게 보여드릴게요.

영화 <최선의 삶>에 대해 벡델 테스트를 직접 해 볼게요. <최선의 삶>은 먼저, 여성 감독 이우정(4)의 작품입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강이, 아람, 수영 세 친구(1, 2, 5)는 각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반항으로 가출을 감행합니다.(3) 하지만 살아남기 힘든 세상.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겪고(7)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데요. 하지만 학교로 돌아오면서부터, 세 친구의 관계는 이전만 하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6) 짠. 벡델 테스트 일곱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

영화의 제목은 <최선의 삶>이지만 역설적으로 친구들의 선택은 결코 최선의 선택이 되지 못합니다. 최선이라 택한 선택들이 쌓여 오히려 서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게 돼요. 인생 1회차의 우리도 그렇듯이요. 그런데... 사실 저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진 거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라 주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최선'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가 너무 불친절했거든요.

영화는 <최선의 삶>이라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주인공 강이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너희 책 다 읽어봤지? 생략하고 우리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게."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영화'란 원래 그런 것일까? 싶기도 해요. 평론가들의 평은 또 그럭저럭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칭찬해 주고 있거든요. 그치만 오늘은 씨네필의 자부심(?)을 내려놓고 😂 언니 보러 갔던 사람의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을 써내려 가기로 했으니... 어떤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는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 볼게요.

이것이 표현의 최선이었나 생각한 가장 큰 지점은 바로,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을 너무 직격으로 화면에 등장시켰다는 것이에요. 예를 하나 들자면, <최선의 삶>의 스토리에서는 특정 지역의 아파트에 사는 것이 따돌림의 원인으로 묘사됩니다. 학생들이 아파트 이름과 동 호수로 누군 잘 살고 누군 못 살고, 하며 계층을 나누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요. 그런데 영화 속에는 다소 뜬금없이 그 문제의 표상만이 언급되고 표현됩니다. 반면 원작 소설을 보면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둘러싼 사회적인 배경, 그리고 그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심리가 구체적으로 묘사되기에, 독자들이 해당 장면과 대사에서 충분히 그 맥락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이러한 상황들이 영화 곳곳에 있었습니다. 영상화의 특성상 부러 폭력적일 수 있는 장면들을 생략하고자 했던 듯 하나, 행간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생략이 더 위험한 여지를 남길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영화 홍보를 위한 매체 인터뷰보다 소설 <최선의 삶> 출판사에서 만든 카드 뉴스가 오히려 영화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달까요. 단지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몇 마디 서술한 문장을 발췌해 놓은 것 뿐인데도요.

어쩌다 보니 아쉬운 점을 토로하는 장이 되었는데요.. <최선의 삶>, 이 영화가 그렇다고 최악의 영화냐? 그건 전혀 아닙니다. 국제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고요(각본상, 아시아 스타상 등), 앞서 소개했듯이 평론가들의 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입니다. 우리나라 어딘가에 실제 살고 있는 평범한 학생 하나를 보는 듯한 배우들의 연기는 극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행간의 불친절한 설명을 채워 넣어주고 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삶을 견디지 못해 방황하고 있구나. 그것만은 잘 알겠다." 정도로 감상을 요약할 수 있겠네요. 

오히려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많은 분들이 더 좋은 평을 내릴 것 같습니다. 뭐랄까, 작품을 아주 잘 아는 능력자 팬이 만든 영화 같았어요. 분야는 완전히 다르지만, 영화 <듄>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네요. 듄도 원작이나 세계관을 모른다면 영화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거든요. 약간 사심 담은 사족을 붙여봅니다. 😅

님 혹시, 오늘 디핑 서문에서 한 말 기억하시나요? '벡델' 특집이라고 하니 저도 모르게 영화를 다루는 데에 부담감이 생겼다는 이야기였죠. 지난번 소스 역시 '이 영화가 벡델 테스트 통과?'라는 의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벡델 테스트라는 것은 리트머스 종이 같은 역할입니다. 여성이 영화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지, 남성에 대한 표현을 위해서만 스테레오타입으로 쓰이고 있진 않는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기준이지요. 그런데 이런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자꾸 선정작들에게 저도 몰래 최선이라는 잣대를 대게 됩니다. 적어도 그럴듯한 독립영화상, 여성영화상에서 수상할 정도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어야 하지 않을까? 벡델 초이스가 인정한 작품인데, 왜 이런 부분은 아쉽지? 하며 안경을 올려쓰게 되는 거예요. 사실 벡델 초이스는 그러한 목적으로 작품을 선정하는 시상이 아닌데 말이에요.

영화 <이터널스>는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한 영화로 꼽힙니다. 이 영화에 벡델 테스트를 적용해보면 7개 항목 모두 통과할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편이지만 약간 자신없어요. 😂 그치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추구한 바가 전혀 의미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일부 사람들은 마블이 PC함을 쫓다 망하고 있다고들 주장하던데, 과연...

벡델 초이스와 작품성, 영화가 가지는 의미, 그리고 우리가 '영화'에 대어보는 여러 잣대들. 오늘 소스를 마무리하며 모두 그리 단편적인 문제만은 아니란 생각이 계속 맴도네요. 이렇게 오늘도 영화 리뷰도, 정보 제공도 아닌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로 귀결하는 디핑🍟... 님은 어떠셨나요?

성황리에 마감된 디핑 빙고 이벤트🎁🎉 모두 기억하시죠? (설마 벌써 까먹은건..!?)

2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신 덕분에 저희도 정말 재밌었어요. 👏 다들 어떤 빙고를 완성했을까요? 재밌었던 빙고판 몇 개를 소개할게요.

많은 영화를 체크하고, 심지어 다수의 디핑러들이 아직 보지 못하신 <프리가이>, <피치퍼펙트>까지 섭렵하셨는데도! 빙고가 0~1개에서 그치는 분들 발견😭 이렇게까지 빙고가 나오지 않다니, 빙고판을 잘못 만들었나도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디핑 사랑을 보여주신 쟝님, 넷플릭스(!!)님. 저희 오래오래 만나요♡

이벤트 당첨자 두 분께는 개별적으로 경품을 발송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관람하시면 간단한 후기를 디핑에게 들려주시면 감사드려요 😙 지난 주 깜짝 선물 받아가신 행운의 디핑러도 꼭!